호주에서 수돗물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가 발견되어 당국이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 아메바는 감염 시 10일 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미생물로, 상수도에서 발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18일(현지시간) 호주 A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 서쪽으로 약 750킬로미터 떨어진 오거셀라와 샤를빌 지역의 용수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가 검출되었다. 이는 퀸즐랜드 보건부의 요청에 따라 퀸즐랜드 대학에서 시행한 기초 수질 검사에서 나타난 결과이다. 보건당국은 이 아메바의 확산 경과를 추적하기 위해 두 지역에서 추가 물 샘플을 수집할 예정이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단세포 원생동물로, 일반적으로 섭씨 25도에서 40도 사이의 따뜻한 담수 환경에서 활발히 증식한다. 이 아메바는 자연수 및 관리되지 않은 수영장, 심지어 수돗물에서도 발견될 수 있지만, 사람 간에 전염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아메바가 인체에 침투하는 경우 아메바성 뇌척수막염(PAM)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두통, 정신 혼미, 후각 변이, 상기도 증상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서 심한 두통, 발열, 구토, 목의 경직이 발생한다. 대개 증상이 나타난 지 5일 후 혼수 상태에 빠지며, 대다수는 일주일에서 열흘 이내에 사망한다.
현재까지는 확실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감염될 경우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은 현실이 문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962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에서 보고된 167건의 PAM 사례 중 생존자는 단 4명에 불과했다. 이 미생물은 호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미국에서도 매년 약 10명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2022년 태국에서 4개월간 체류한 후 귀국한 50대 남성이 이 아메바에 감염되어 사망한 사례도 있었다.
과학 매체 뉴아틀라스는 이번 사건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미생물 중 하나가 상수도에서 발견된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퀸즐랜드 보건당국은 주민들에게 몇 가지 예방 조치를 권고하고 있다. 목욕이나 세안 시에는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코 클립을 착용하고, 수영장이나 온천 이용 시 머리를 항상 물에 담그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코 세척 시에는 반드시 끓인 물을 사용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호주 보건당국은 추가 검사 결과에 따라 추후 대응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며, 주민들에게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