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부정적 투자 의견이 국내 종목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복귀하면서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관련 종목의 수급과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알테오젠은 지난 13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발표한 매도 의견 리포트 이후 외국인 자금이 약 8400억원 순유출되는 사태를 겪었다. 매도세가 일자, 알테오젠의 주가는 14일부터 이날까지 무려 9.69% 하락하였다. UBS는 알테오젠의 키트루다 피하주사(SC) 제형 등 연구개발 중인 신약 프로젝트의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판단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알테오젠은 UBS의 평가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론을 내놓았으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계속되었다.
이와 유사한 양상이 한때 국민 주식으로 여겨졌던 네이버와 카카오에도 나타났다. 지난달 16일 골드만삭스는 네이버의 투자 의견을 기존의 ‘매수’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했고, 카카오는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이 후 외국인 투자자들은 네이버 주식을 약 9500억원어치 매도한 반면, 카카오는 3570억원어치 사들였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의 주가는 10.8% 떨어진 반면, 카카오는 14.08% 상승하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확인되었다. JP모건이 SOOP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조정한 이후 외국인이 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며, 그에 따르 주가는 4.37% 하락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 비중이 증가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 자금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인 리포트가 종목의 수급 및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부터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 움직임이 재개된 이후, 외국인은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비중이 28.23%에서 최근 29.6%로 증가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계 리포트가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의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메이저 증권사의 리포트일수록 국내 종목의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및 매수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으며, 향후 증시 흐름에 중요한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