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 청산 절차 착수…공장 매각 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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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스포츠카 제조업체 포르쉐가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인 셀포스를 청산하기 위한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독일 매체 슈피겔의 보도에 따르면, 포르쉐는 셀포스 직원 286명 중 연구개발 인력을 제외한 약 200명을 해고한다고 노동청에 통보했다. 셀포스는 독일 남서부 키르헨텔린스푸르트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이 공장은 매각을 추진 중이다. BMW와 드론 제조업체들이 이 공장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포르쉐는 2021년에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을 목표로 독일 배터리 제조업체 커스텀셀과의 합작으로 셀포스를 설립했고, 2023년에는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그러나 수십억 유로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양산 가능한 배터리를 개발하지 못해 손실을 보게 되었다. 현지 언론은 이로 인해 연방 정부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정부가 셀포스 설립 당시 지원한 5700만 유로(약 930억 원)의 보조금을 회수할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

포르쉐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8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를 이미 포기한 상태이며, 올해 상반기 순수 전기차 판매량은 전체의 25%에 그쳤다. 올리버 블루메 CEO는 지난 4월 “중국에서의 럭셔리 전기차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며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포르쉐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28% 감소했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판매량은 3%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어려운 상황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중국산 전기차의 ‘가성비’를 지적하는 분석이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샤오미가 출시한 전기차 ‘SU7’는 포르쉐의 첫 순수 전기차인 ‘타이칸’과 유사한 외관과 성능을 가졌지만, 가격은 타이칸의 절반에 불과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같은 포르쉐의 어려움은 단순히 회사 내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도 예상보다 낮은 전기차 수요와 함께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기차 전환 로드맵을 수정하고 있다. 아우디는 내년부터 내연기관 차의 새 모델 출시를 중단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철회하는 등 기존 전략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EU가 2035년부터 신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규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르쉐의 청산 움직임은 단순한 사업 구조조정이 아닌, 더 큰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신산업 환경을 반영하는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업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 포르쉐를 비롯한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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