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 골프는 202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PIF)의 지원을 받으며 출범한 이후, 짧은 시간 내에 잘 조직된 새로운 투어로 자리 잡았다. PIF는 약 9300억 달러(약 1301조 원) 규모의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스포츠계에 대한 막강한 투자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LIV 골프는 세계 랭킹 1위인 욘 람(스페인)과 브라이슨 디섐보, 브룩스 켑카(미국) 등 정상급 선수들을 유치하며 등장과 동시에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LIV 골프는 막대한 자금을 소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시카고에서 열린 LIV 골프 최종전의 시청 가구 수는 8만9000 가구로, 같은 시기에 방송된 여자 골프 대회인 솔하임컵의 65만7000 가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LIV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대회 개최를 통해 영향력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3년 6월, LIV 골프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합병을 발표하며 골프계를 뒤흔들었다. 이 발표는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였고, 진행 중에 있던 소송들도 취하되었다. 그러나 합병 발표 후 두 해가 지나도 실질적인 통합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PGA 투어는 스트래티직 스포츠 그룹으로부터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연착륙을 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LIV와의 통합을 서두를 이유가 사라진 상황이다.
LIV 골프는 PGA 투어와의 협상에서도 자신의 독립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PGA 투어는 새로운 경쟁 체제를 설계하는 미래경쟁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는 PGA 투어가 새로운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를 나타낸다. 그러나 합병 협의를 주도했던 핵심 인사들이 자리를 떠나면서, 양측의 통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골프 분야 외에도 축구, e스포츠, 복싱 등 다양한 스포츠 영역에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축구에 있어서 사우디 슈퍼리그의 성장은 눈에 띄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 선수를 영입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우디의 이미지 개선 및 경제 다변화를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포츠 워싱은 인권 문제와 부패에 대한 비판을 동반하고 있으며, 공정성이나 스포츠의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될 수 있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골프 생태계는 사우디의 거대한 자본과 PGA 투어의 전통적 체제가 얽혀 있는 복잡한 상황이다. 협상의 불확실성과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으며, 이 구조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