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적인 천연 광천수 브랜드인 에비앙이 심각한 신뢰도 손실에 직면하게 됐다. 알프스에서 직접 공수한 신선한 광천수로 알려졌던 에비앙은 실제로 수년에 걸쳐 불법적인 정수 과정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KBS 보도에 따르면, 에비앙의 전체 판매 물량 중 약 30%가 이러한 비정상적인 정수 처리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유럽연합(EU) 지침에 따라 ‘천연 광천수’로 표기된 제품은 어떠한 인위적인 처리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병입해야 한다. 그러나 에비앙은 이러한 규정을 무시하고 자외선 소독 및 활성탄 필터 등의 일반적인 정수 처리를 몰래 사용하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간 에비앙은 자사를 ‘진정한 광천수’로 광고하였으므로, 이번 사건은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정부의 묵인 의혹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의 농업부와 재무부 산하의 부정경쟁·사기 방지총국(DGCCRF)은 이미 2021년 9월 생수 제조업체들의 불법 정수 행위를 파악했으나, 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기업들의 요청을 수용하며,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비앙을 포함한 여러 생수 업체들은 불법 정수 행위를 감추기 위해 약 200만 유로(약 32억4400만원) 규모의 벌금을 내기도 했다. 상원의 조사 책임자인 알렉상드르 위지예(Alexandre Ouizille) 의원은 이번 사건을 “설명할 수 없는 불법 행위”로 규정하며,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해 이를 묵인하는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알프스 지역의 청정 이미지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에비앙의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은 소비자 신뢰를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앞으로 에비앙의 브랜드 이미지 회복과 함께 업계 전반에 걸친 신뢰 회복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