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브렉시트에 대해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내용이 최근에 밝혀졌다. 왕실 전기 작가인 밸런타인 로우는 그의 신간 ‘권력과 궁(Power and the Palace)’에서 여왕이 2016년 봄,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약 3개월 앞두고 한 장관에게 “우리는 EU를 떠나서는 안 된다”며 “익숙한 악마와 함께 있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영국 대중들에게 여왕의 정치적 입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발언으로 여겨진다.
로드의 책에 따르면, 여왕의 이러한 발언은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게 보고되었으며, 캐머런 전 총리는 이를 EU 잔류 캠페인에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왕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로 발언은 캠페인에 사용되지 않기로 결정되었다. 캐머런 전 총리는 여왕이 정치적 의견을 드러내지 않으려 신중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처럼 유럽 협력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그는 여왕이 EU의 제도적 문제에 대해서는 때때로 실망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여왕의 정치적 중립성은 과거에도 여러 번 언급된 바 있다. 2016년 브렉시트 투표가 2주 남았던 시점에 일간지 더 선은 ‘여왕이 브렉시트를 지지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여왕이 EU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하였다. 이에 대해 버킹엄궁은 여왕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해당 기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며, 언론 자율 규제 기구인 독립언론윤리위원회(IPSO)는 놉한 제목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번 로우의 신간에서 드러난 여왕의 브렉시트 발언은 이러한 과거의 보도들과 상반된 내용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여왕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극도로 비밀로 하고 있었던 점은 전 세계적으로 왕실의 정치적 중립성을 중요시 여기는 영국의 문화적 기준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버킹엄궁 측에서는 로우의 신간에서 제기된 여왕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