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탑승한 항공기가 동유럽 순방 중 GPS 신호 방해를 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1일(현지시간) 이 사건이 러시아의 공작으로 보이는 전파 교란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은 불가리아 상공에서 일어났으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탑승한 항공기는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공항에 무사히 착륙했으나, 약 1시간 동안 공항 상공을 선회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조종사는 현대적인 GPS 시스템 대신 아날로그 지도를 활용해 착륙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아리아나 포데스타 EU 수석 부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불가리아 당국이 러시아의 의도가 담긴 전파 방해 정보를 제공했다고 전하며, 이는 집행위원장이 최전선 회원국에서의 활동의 시급성을 더욱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측은 이 사건에 대한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해당 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을 때마다 러시아의 역할에 대한 의혹을 일축하며 자신들의 무관함을 강조했다.
EU는 이와 같은 GPS 교란 반응으로 저궤도 위성을 추가로 배치해 탐지 능력을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안드류스 쿠빌류스 EU 우주·방위 집행위원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동유럽 13개국은 올해 초 러시아의 GPS 교란 문제 해결을 위한 서한을 EU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민간 항공기와 선박들이 GPS 신호 방해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사건 이전부터 러시아 및 벨라루스와의 국경을 접한 동유럽 회원국들을 방문하며 군사 공동 구매 및 유럽 방위 증가 등의 기획을 홍보해왔다. 그의 활동은 폴란드 동부 국경에서의 기자회견을 포함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하며 이러한 위협에 대한 협력과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독일 정부와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유럽 각국 간의 군대 배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반면,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현재 지상군 파병 논의가 이뤄질 리 없다고 반박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 역시 EU가 군대 배치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해당 주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발언들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과거에 겪었던 부정적인 경험을 감안할 때, 그의 유럽 방위 계획에 대한 독일 내부의 회의감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EU의 방위력과 대중국, 대러시아 정책에 중대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앞으로 초지능적 위성 기술 개발을 통해 이러한 위협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