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문의 암호화폐 WLFI, 정치와 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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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트럼프 가문이 9월 1일에 출시한 암호화폐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 WLFI)은 단순한 코인 출시에 그치지 않는다. 하루 만에 30조 원이 넘는 가치를 기록하며 거래소에 상장된 WLFI는, 트럼프 일가가 보유한 물량만 하더라도 6조 원을 초과한다. 이는 미국의 제45대 및 제47대 대통령의 이름이 이제는 선거 자금의 원천이 아닌, 하나의 암호화폐로 환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치와 금융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트럼프 가문은 자신들이 발행한 토큰을 우회적 방법으로 매각하여 수천억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고도 여전히 막대한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공학과 정치 권력이 결합한 새로운 자산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장은 이를 “정치적으로 실패할 수 없는 토큰”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백악관이 발행사의 리스크 헷지처럼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이 ‘특정 정치세력의 사금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WLFI는 이미 세계 6위 스테이블코인과 맞먹는 안정성을 갖추고 있으며, 뉴욕 나스닥 개장 행사에서는 트럼프의 아들이 직접 금새를 울리는 등 정치가 점차 자산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있다. 권력이 이제 투자 상품으로 거래되는 전례 없는 지각변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에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6조 원대에 달하는 내부자 물량은 언제든지 시장에 매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만약 가격이 급락한다면 정치적 책임 문제는 불가피하다. 과거 ‘트럼프 밈 코인’ 프로젝트와 같이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WLFI의 첫날 거래량은 40억 달러를 넘어서며,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정치적인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 세계는 “정치 권력 그 자체가 자산 클래스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4년이 기술의 진화뿐만 아니라, 권력과 자본이 어떤 새로운 형태로 결합할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WLFI의 출현은 금융 질서와 민주주의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실험이 될 것이며, 우리는 이 변화의 흐름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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