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 서울 올림픽 복싱 남자 라이트 미들급 금메달리스트인 박시헌(59·서귀포시청 복싱 감독)이 결승 상대였던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56)와 35년 만에 다시 만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이 만남은 박시헌이 로이 존스 주니어를 미국 플로리다주 펜서콜라에 직접 찾아가 이루어졌다. 박시헌은 존스 주니어와의 재회에서 감동의 포옹을 나누며 “36년 동안 당신을 기다렸다”고 전하며, 금메달을 꺼내들었다.
1988 서울 올림픽 결승에서 박시헌은 판정 끝에 3-2로 승리하여 대한민국 선수단의 12번째 금메달을 획득했으나, 이 경기는 편파 판정으로 논란을 일으켜 심판 3명이 징계를 받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아마추어 복싱의 판정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박시헌은 영상 속에서 “이것은 88년 서울 올림픽 금메달이다. 홈에서 메달을 가져갔다. 지금은 내가 잘못된 걸 알고 있다. 이 금메달은 당신 것”이라며 존스 주니어에게 금메달을 전달했다. 이에 존스 주니어는 눈물을 보이며 감정이 북받쳤다.
박시헌과 존스 주니어의 만남은 SNS를 통해 공개되었으며, 존스 주니어는 “1988년 나는 복싱 역사상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로 꼽히는 경기에서 금메달을 잃었다. 그러나 신의 은총으로 그 메달을 차지한 선수가 내 고향까지 찾아와서 메달을 돌려줬다”라는 감정을 전했다.
또한, 존스 주니어 측은 박시헌을 수년 전부터 미국으로 초청하고 싶어 했으나, 금메달이 실제로 전달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시헌의 이와 같은 행보는 올해 개봉한 영화 ‘카운트’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박시헌은 올림픽 이후 지도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고, 경남 진해중앙고 체육 교사를 거쳐 2001년 국가대표팀 코치와 2016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서귀포시청 복싱 감독으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이 특별한 재회는 단순한 개인적인 만남을 초월하여, 스포츠의 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복싱 역사에 중요한 페이지를 추가했다. 두 선수는 잊혀지지 않을 순간을 공유하며 서로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