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을 포함한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이 미국 달러에 고정된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 발행 업체와의 협력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금융권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회장은 9월 8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테더의 마르코 달 라고 부사장, 퀸 르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안드레 킴 중남미 매니저와 만나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스테이블코인 산업에 대한 정보 공유와 향후 협력이 이루어질 기틀을 마련하는 중요한 자리로 기대된다.
신한금융의 이러한 행보는 처음이 아니다. 진 회장은 8월 22일 경쟁사인 서클사의 USDC 관련 고위 인사와도 논의를 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은행 창립 기념행사에서 플랫폼 경제와 디지털 화폐의 확산이 기존 은행의 예금 기반에 미치는 위험을 강조하며, 이러한 흐름에 대한 신중한 시각을 제시했다. 이는 한국 금융업계가 디지털 자산 확대에 따른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KB국민은행 역시 조영서 부행장을 중심으로 이번 주 중 테더 측 고위 인사들과의 미팅을 예정하고 있으며, 이는 신한금융뿐만 아니라 나이스그룹,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와 같은 다양한 국내 금융 및 핀테크 기업들과의 연계도 생각하고 있다. 특히 나이스그룹은 관련 임원들과 접촉을 통해 중요한 협력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다. NH농협금융도 이미 9월 5일에 퀸 르 아태 총괄과 사전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더는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이 코인은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변동성이 큰 다른 암호화폐에 비해 거래 안정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 속에서 테더의 투명성과 준비금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한국 금융권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디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이번 접촉이 단기적 제휴에 그칠지, 장기적 플랫폼 구축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 기술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각 금융기관이 이 논의를 어떻게 구체화하고 사업 기반으로 확장할지를 지켜본다면, 국내 디지털 금융 생태계의 판도가 크게 변화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