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 동성 커플 부모 지위 인정…“부모는 부모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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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법원이 동성 커플이 체외수정(IVF)으로 자녀를 낳은 경우, 출산한 사람뿐만 아니라 유전적으로 연결된 파트너에게도 법적 부모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동성 가족의 권리를 인정한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으며, 가족 구성원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두 여성, R과 B가 2019년 해외에서 결혼한 후, R의 난자를 이용해 B가 아들을 출산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자녀의 출생신고를 처리하면서 출산한 B에게만 법적 부모 지위를 부여하고, 유전적 친모인 R에게는 아무런 법적 권리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후 이들 부부는 2022년에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으며, 이번 판결은 그 과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법원은 출생신고 당국이 동성 부부를 모두 부모로 인정하지 않은 행위가 자녀의 사생활과 가족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하면서, R이 관습법상 부모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R이 부모로서 어떤 구체적인 법적 권리를 갖게 될지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R과 B는 2023년에 법무부에 두 사람 모두 아들의 부모로 재등록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거부당해 결국 사법심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번 판결을 내린 러셀 콜맨 판사는 “자녀의 출생증명서가 실제 가족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아 아들이 신념 체계와 자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R을 법정 후견인으로 지정하자는 제안을 제시한 것을 충분한 대안으로 보지 않으며, “‘부모는 그냥 부모인 것’(a parent is a parent)”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법원은 동성 커플의 관계가 파탄 날 경우를 대비한 법적 장치가 없다는 정부의 우려에 대해, 필요시 법원이 자녀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홍콩에서는 세금이나 상속 등 제한적 목적으로만 동성 커플의 권리가 인정되고 있어, 이러한 판결이 향후 동성 커플 및 가족의 법적 지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법원의 결정을 통해 홍콩에서 동성 커플의 가족 권리가 더욱 명확하게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동성 커플이 부모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가족들에게 희망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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