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미국에 무제한 통화스왑을 정식 요청하며 대규모 투자를 위한 달러 조달의 필수 안전판을 마련하고자 하고 있다. 이 요청은 한국과 미국 간의 3500억 달러(약 488조원)에 이르는 투자와 관련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번 통화스왑이 한국 외환시장의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약속한 투자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2028년까지 매년 약 1170억 달러가 필요하고, 연간 환전 요구는 최대 9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진욱 씨티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무제한 통화스왑을 간절히 원할 것으로 보이며, 2008년 외환위기의 사례와 유사하게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간의 계약 체결 방식을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신속하게 이끌어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통화스왑이 지목되고 있다. 일본은 기축통화국으로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무제한 통화스왑 계약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으로 외환시장에서의 충격에 상당히 취약하므로, 한미 통화스왑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63억 달러(약 580조원)로, 세계에서 10위에 해당하지만 미국 요구 투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3044억 달러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은 지금까지 두 차례의 통화스왑을 체결한 경험이 있다. 첫 번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00억 달러 규모로 체결되어 즉각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제공했으며, 두 번째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600억 달러 규모로 설정되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방송 기자들과의 토론에서 “한국이 외환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는 달러 금액이 200억~300억 달러를 넘기 어려운 반면, 일본은 기축통화국으로서 미국과 무제한 통화스왑을 체결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측에 한미 간의 달러 조달 구조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해법을 요구하였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의 통화스왑 요청은 단순한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를 넘어서, 경제 전반에 걸친 중요한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이러한 통화스왑을 통해 대규모 투자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국제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