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의회 의장인 율리아 클뢰크너가 정치적 상징물의 사용을 제재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클뢰크너 의장은 최근 의원들에게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나 노트북 스티커 사용을 금지하라는 서한을 발송하며, “본회의에서의 논의는 오로지 언어로 이루어져야 하며 분위기는 품위 있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뢰크너 의장은 의원들에게 노트북과 태블릿의 사용은 허용되지만, 눈에 띄는 장식이나 방해가 되지 않게 사용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회의 전면에 앉은 의원들이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 언론은 의원들이 스티커를 떼고 다른 방식으로 자기 의견을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 조치는 의회의 고유한 품위를 지키겠다는 취지로, 클뢰크너 의장은 중도 보수 기독민주당(CDU) 소속으로 지난 5월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규칙 준수를 촉구해왔다. 한 녹색당 의원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비판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본회의에 등장하자, 그는 즉석에서 퇴장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날 의회에서는 이스라엘의 구호를 외친 방청객도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아울러, 클뢰크너 의장은 여름의 베를린 퀴어 축제 기간 동안 의회 내에 성 소수자를 대표하는 무지개 깃발을 걸지 못하도록 한 바 있다. 같은 당 소속 총리인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이에 대해 “의회는 어떤 깃발을 걸 수 있는 서커스 천막이 아니다”라며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노란 리본과 수레국화 등의 정치적 상징물 또한 의회에서 금지되었으며, 클뢰크너 의장은 “정치적 의견 표현은 핀이나 의복을 통해서가 아닌, 토론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방침에 대해 진보 진영 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며, 지난 정부의 부총리이자 경제 장관이었던 로베르트 하베크는 “그녀는 항상 논쟁과 분열을 부추겼다”며 클뢰크너를 비판했다. 그러나 클뢰크너 의장은 “야당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으며, 품위를 유지하고 건설적으로 대응하길 의장직으로서 권장한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는 독일 의회의 정치적 대립을 더욱 부각시키며, 의원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의회의 공식적인 품격 간의 균형을 잡는 데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클뢰크너 의장의 조치가 향후 독일 정치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