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사망자를 미라로 보존한 사례가 이집트보다 수천 년 이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호주 국립대(ANU), 중국 베이징대, 일본 도쿄대 등 연구진이 고대 아시아의 미라화 기술을 국제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보고하였다. 이들은 1만 4000년 전부터 이미 시신을 훈연하여 보존하는 방법을 사용했음을 발견하고,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미라의 증거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진은 2017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 남부, 베트남 북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서 총 54구의 유골을 분석하였다. 이 유골들은 앉은 자세로 다리를 세운 상태로 발견되었으며, X-선 회절(XRD)과 푸리에 변환 적외선 분광법(FTIR) 등의 첨단 장비를 이용해 화학적 변화를 조사하였다. 분석 결과, 약 84%의 유골에서 장시간 저온 열기에 노출되어 자연적으로 건조된 흔적이 확인되었으며, 일부 뼈는 불에 탄 것이 아니라 연기에 그을린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러한 정보는 고대 아시아인들이 시신을 쪼그린 자세로 불 위에 올려 두세 달 간 저온 훈연 방식으로 건조·보존한 후, 움집이나 자연 동굴에 안치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가장 오래된 유골은 베트남 북부 호아빈성의 항무이 동굴에서 발견된 성인 남성으로, 방사성탄소 측정 결과 약 1만4027년에서 1만3798년 전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미라는 호주 및 파푸아 원주민의 두개골 형태와 유사하며, 오른쪽 팔뼈에서 뚜렷한 불탄 흔적이 발견되어 사후 처리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와 함께 발견된 쇄골도 약 1만40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인류는 오랫동안 다양한 미라화 기법을 통해 시신의 부패를 방지하고 보존하려고 노력해왔다. 이처럼 미라화의 기술은 동아시아와 남중국 지역에서 수천 년 이상 지속된 전통임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를 이끌한 훙 교수는 이러한 장례 관습은 인류의 보편적인 본능을 반영하며, 사랑하는 이들이 영원히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미라화의 관습은 현대의 파푸아뉴기니에서도 관찰되며,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고대 사람들의 사후 세계에 대한 복잡한 믿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아시아 지역에서 유사한 훈연 미라화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연구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 발견은 인류가 사망자를 보존하려는 장례 문화가 수천 년 이상 이어져 왔음을 드러내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