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팔에서 정치적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 친중 성향의 샤르마 올리 전 총리가 이끌던 공산당 정권이 9월 초에 갑작스레 붕괴되면서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이번 사태의 핵심 배경에는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있으며, 그로 인한 국가부채 급증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네팔 정권의 붕괴는 놀라운 속도로 이뤄졌다. 올리 전 총리는 9월 3일에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후, 불과 6일 만인 9월 9일에 정권의 지배력을 잃게 되었다. 이 사이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였고, 총리는 사임하고 내각은 국외로 탈출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급작스러운 정권 붕괴는 중국과의 경제적 연계가 민생 고통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요인은 일대일로 사업으로 인한 국가부채의 급증이다. 201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 수준이던 정부 부채 비율은 올해 44%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부채가 급증한 이유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연속적인 추진 때문이며, 이를 통해 일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었다는 불만이 커졌다.
최근 네팔의 임시정부 수반으로 임명된 수실라 카르키가 내년 3월 총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으나, 반중 정서가 팽배한 사회에서 기존 친중 성향의 정당이 집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인도와 미국 간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현 정권의 붕괴를 막지 못했던 것도 중국-네팔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 붕괴 속도가 너무 빨라, 중국은 이를 제어하고자 개입할 여유가 없었으며, 함부로 개입할 경우 인도의 반응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에 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기존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상당 부분 지연되거나 심지어 취소될 우려가 커졌다.
네팔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중국의 남아시아 전략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의 핵심은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것으로, 네팔은 새로운 경로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으나, 정권 붕괴는 이 경로마저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네팔 사태는 남아시아 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에서도 일대일로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으며, 정권 붕괴가 이런 반정부 시위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남아시아에서 친중 정권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게 된다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남아시아에서 후퇴할 경우, 동북아시아에서의 우위를 점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으며, 동북아시아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반도 정세도 복잡한 만큼, 남아시아의 불안정한 정세가 동북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번 네팔 사태는 단순히 하나의 국가의 정치적 변화를 넘어,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아시아의 지정학적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은 국가들은 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의 정세를 면밀히 관찰하며, 국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기회를 최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