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도입, 한국은 STO의 길을 막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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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가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거래를 시작하면서 디지털 자산 시장이 제도권 금융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해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11종을 승인한 이후, 대형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피델리티, 인베스코가 경쟁적으로 상품을 출시하며 기관 투자가들의 자금도 급속히 유입되었다. ETF가 처음 거래된 날 전체 거래 규모가 6조 원을 넘었고, 1분기 순유입 자금은 약 120억 달러에 달하는 등 시장의 파급력이 상당했다. 이는 암호화폐가 더 이상 주변적 자산이 아니라 제도권 금융 안에 자리 잡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겨진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법적 제약 때문에 암호화폐를 공식 투자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ETF 설정은 물론, 제도권 내에서도 사실상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개인이 직접 코인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방법 외에 제약이 많고, 금융당국은 해외 ETF를 국내에서 중개하는 행위에 대해 불법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디지털 금융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 확대에 발맞추어 정부와 국회는 법 개정 및 제도 개선에 착수하고 있다.

미국의 모델을 그대로 따르는 것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한국의 암호화폐 시장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 특히 ‘김치코인’이라 불리는 투기적 코인들로 채워져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가격 변동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최근 위믹스의 디폴트 사건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잘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증권형 토큰 발행(STO) 모델이다. STO는 부동산, 지식재산권, 온실가스 배출권 등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하여 투자상품으로 유동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STO는 자산의 실체가 명확하고, 법적 보호와 기록 투명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특히 K-콘텐츠 IP, 지역 부동산 개발, 관광 및 문화 자산 등을 토큰화하면 지방 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앞으로 한국이 디지털 자산 산업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알트코인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ETF, 커스터디, STO와 같은 제도 기반 자산을 중심으로 금융, 문화, 지역 경제가 서로 연계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은행권이 함께 참여하는 디지털자산협회 설립,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범사업, 정부와 민간의 공동 투자펀드 조성이 진행된다면, 한국은 국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흐름은 정책, 기술, 금융, 문화의 융합된 ‘한국형 디지털 자산 전략’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시장의 추종자가 아닌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제도적 기반 마련이 긴급한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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