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정책이 국제 무역질서를 destabilize시키면서 글로벌 무역 체제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무역 체제의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재로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앞으로의 7~10년 동안 각국이 생존을 위해 협력과 견제를 동시에 진행하는 혼란스러운 무역 환경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과거에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최소한의 규범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통상 규범이 사실상 무력화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아시아경제는 국제통상 전문가들을 통해 미국의 관세 정책 지속 여부, 그 파급 효과 및 각국의 대응 전망을 진단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인 앨런 울프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단기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경향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 수입이 연간 약 3000억 달러에 이르는 데 따라 미국 정부에 강력한 재정적 유인이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 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적극적으로 새로운 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를 통해 EU가 주도적으로 다자 연대를 강화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특히, EU는 아랍에미리트(UAE)와의 FTA 체결을 위한 공식 협상과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와의 FTA 서명 추진, 그리고 인도와의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WTO를 대체할 새로운 자유무역체계 구축도 제안하며 유럽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관점에서 볼 때, EU가 미국을 대체할 만큼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울프 연구원은 EU와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새로운 무역 질서를 주도할 가능성이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협력 국가들 간의 유대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최근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겨냥해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무역 전쟁과 관세 전쟁에 대해 비판하였다. 그러나 중국이 자유무역 질서의 수호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과는 달리, 기술 탈취, 보조금 문제 등으로 인해 자유무역 질서를 교란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향후 미-중 관계가 갈등과 협력이 병행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중국이 향후 미국을 제외한 다자 무역 질서 형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브릭스 국가들은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단일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새로운 글로벌 무역 질서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U와의 FTA를 활용한 공동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브릭스 등과의 관계에서도 실리 외교를 통해 유리한 지렛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한국은 전략적으로 다자 연대에 참여하고, 새롭게 부상하는 글로벌 무역 질서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