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에서는 퇴직 후 재취업을 희망하는 50대 은행원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고숙련 인력들이 정년을 4년 앞둔 56세부터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면서 대체로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퇴직금을 늘리기 위해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금융업계에서의 전문성이 단기간에 대체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아쉬운 상황이기도 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퇴직자를 재취업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권에서 재취업 시 감사를 맡는 경우가 많았으나, 자산관리 분야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재취업 후 받는 급여는 현직 급여의 40~50%에 해당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크게 절감하면서도 경험이 풍부한 우수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 상호 윈-윈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퇴직 후 1년이 지난 희망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재취업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으며, 퇴직자들의 전문성과 경력을 고려하여 자금 세탁방지, 여신관리, 자산관리 부문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있다. 관계자는 “은행 업무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퇴직자들의 숙련된 능력과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두 가지 트랙으로 퇴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하나는 퇴직 후 관리 전담 계약인력으로 재채용되는 방식으로, 은행에서 쌓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내부 통제 및 현장 감사에 활용된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지난해 234명의 퇴직자 중 134명이 재채용되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신한경력컨설팅센터를 운영하여, 다양한 업종으로의 전환 및 창업을 준비하는 퇴직자들에게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비슷한 방식으로 임금피크제 기간에 퇴직한 인력 중 일부를 여신관리 및 전담 감사 부서에 재채용하고 있으며, 해당 부서의 전문 인력 중 50~60%가 재채용 인력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퇴직자 재취업 제도의 한계는 법정 정년과 관련이 있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로, 이를 초과해 근무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금융권 관계자들은 법정 정년 연장을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 업무가 점점 전문화되고 복잡해지는 가운데, 숙련된 고급 인력의 활용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은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직원들과 전문가들 간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으며, 고숙련 노하우를 갖춘 중고령 임직원들의 경험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에서도 있다. 재취업 프로그램은 고용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한 필수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