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 2025)에서 한국은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분야의 글로벌 거점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행사에 참석한 6만 명 이상의 인파와 870명의 연사, 300여 개의 스폰서가 함께한 가운데, 서울 전역에서는 780개가 넘는 사이드 이벤트가 개최돼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자산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던 한 주였다. 다양한 글로벌 인사들과 프로젝트들이 서울에 모여 한국을 국제 무대에서 다시 조명받게 했다.
그러나 행사 현장에서는 기념품을 받기 위한 긴 줄이 보다 눈에 띄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세계 최대 블록체인 콘퍼런스’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기브어웨이 축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며, 한국이 진정한 기술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외형적 성과를 넘어 실질적인 내실과 성과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또한, KBW에는 글로벌 경쟁에 대한 고민도 내포되어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토큰2049’에 대한 예산이 상당 부분 흡수되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토큰2049는 예정대로라면 2만 5,000명 이상의 참석자가 예상되고 1,000개의 사이드 이벤트가 예정된 명실상부한 경쟁자로 등극했다. 한국이 이번에 얻은 국제적 주목이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지속력을 가지려면, 단순한 규모 경쟁을 넘어서는 차별화된 메시지와 확고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
케이비더블유가 개최된 시기에 맞물려 시장은 냉혹한 현실을 드러냈다. 9월 22일 하루 동안 미국 시장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급락했다. 이처럼 정부와 산업계의 낙관적 전망과 실제 시장 상황 간의 간극이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W는 한국의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잠재력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아들이 온라인으로 참석하여 “한국은 아시아 블록체인 산업의 리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한 것은 상징적이었다. 이와 동시에 민병덕 의원을 비롯해 국회의원들이 행사에 지속적으로 참석하여 디지털 자산 법제화를 촉구하는 모습은 산업의 열기와 정치권의 협력이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였다.
이제 남은 것은 법제화의 속도다. 역사는 기회를 붙잡은 나라와 놓친 나라를 명확하게 구분 짓는다. 법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성장은 모래 위에 쌓은 성과에 불과하다. 글로벌 자본과 프로젝트는 안정된 제도를 갖춘 시장으로 집중되기 마련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이 일시적인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국회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며, 산업의 신뢰를 제도권 안에 심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결국 KBW 2025는 성황과 혼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 자리였다. 한국이 디지털 자산과 암호화폐의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일시적인 불꽃으로 사라질지는 이제 제도화와 법제화의 속도에 달려 있다. 정치권이 이러한 모멘텀을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반응해야만 한국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산업의 주도적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키워드: cryp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