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시사했다. 해당 관계자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국 언론 특파원과의 만남에서 “현재로서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일정 부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북미 정상 간 대화는)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며, 이를 지켜보며 기대를 가져보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가 끝난 이후 예고 없이 한국을 방문,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면서 북미 대화를 이루어낸 바 있다. 같은 해 2월, 북미 간 대화가 결렬된 상황에서 이뤄진 회동이기에 이번 경주 APEC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이는 정부 내에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미 및 남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 “현실적으로 기대를 높게 잡지 않는 것이 오히려 건설적”이라고 언급하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지난 21일 “개인적으로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해 긍정적인 기억을 갖고 있다”며 대화 의지를 피력하면서 정부의 기대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위원장이 ‘북한 비핵화 포기’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만큼, 실질적인 대화 성사의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러한 발언은 북한 측의 조건이 쉽사리 변화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며, 정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 고위 관계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반박하며, 이재명 대통령 주변에 동맹파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동맹파와 자주파의 나뉘어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뜻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참석자들은 모두 실용적인 외교를 지향하는 실용파”라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북미 대화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 내에서는 경과를 지켜보려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으나, 북한의 대화 조건은 여전히 복잡한 상황으로 남아 있다. 국제 정세는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기에, 한반도와 세계의 외교적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