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단)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여야 간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C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문제를 어떻게 풀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그들은 사기, 낭비, 오남용에 관심이 없다”고 비난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연방정부는 올해 회계 연도의 마감일인 9월 30일 자정까지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셧다운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이는 법적으로 새로운 지출 권한을 상실하며, 적자 방지법(Antideficiency Act)에 따라 비필수 업무를 중단해야 함을 의미한다. 하원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단기 지출법안(임시예산안·CR)을 통과시켰으나, 상원 민주당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협상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상·하원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참석자로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포함될 예정이다. 이 회의에서는 셧다운 시한을 하루 앞두고 양당 간의 접점을 찾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민주당에만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여야 간의 대치 상황이 오히려 셧다운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부 기관의 조직과 인력을 더 용이하게 조정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BS는 백악관이 10월 1일부터 마감되는 재량 지출의 인력 감축을 고려하라는 공문을 관련 기관에 보냈다고 전했다. 해당 공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와 맞지 않는 제도와 정부 사업에 관여한 인력도 줄일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임시예산안에서 여야가 대치하는 주된 쟁점은 공공 의료보험이다. 민주당은 임시예산안에 ‘오바마 케어'(ACA·Affordable Care Act) 보조금 지급 연장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지향하는 이 보조금의 지급은 올해 말에 만료될 예정이라 민주당은 협상에서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지속 가능한 국경 정책 고수를 요구하고 있다며 모든 의료보험 협상이 이민과 국경 문제와 연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셧다운이 발생할 경우 국민은 자신의 편에 설 것이라며 민주당은 협력하지 않았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은 이에 반박하며 불법 이민자들이 저소득층들을 위한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논리적 비약이 있다고 비판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는 세금이 미등록 이민자들과 관련하여 사용되는 것이 현재 연방 법률에 따라 금지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가 하려는 것은 의료시설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국의 기본 건강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연방정부의 셧다운은 지난 50년간 21차례 발생했으며, 그 중 가장 긴 셧다운은 트럼프의 첫 번째 행정부 시기에 있던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 35일간 지속되었던 사건이었다. 당시의 셧다운으로 인해 약 3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