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경제가 TSMC(타이완 반도체 제조 회사)의 성공적인 수출 및 설비 투자 증가에 힘입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올해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의해 기존 3.3%에서 5.1%로 대폭 상승했다. 이는 1.8%포인트의 차이를 보이며, 대만의 상반기 성장률은 무려 6.8%에 달한다.
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변동 없이 여전히 0.8%로 유지되고 있어 대만의 성장률이 한국보다 6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올해 한국은 1인당 GDP에서도 22년 만에 대만에 뒤처질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도 대만(2.3%)의 성장률이 한국(1.6%)을 초과할 전망이다.
대만 경제의 성장 요인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수요 증가다. TSMC를 선두로 한 대만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수출과 설비 투자 증가를 통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전쟁이 던진 불확실성 속에서도 대만 정부와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 이른바 ‘프런트 로딩(front-loading)’ 전략을 통해 기업들은 관세 인상이 예고되기 전에 제품을 선적하며 수출을 증가시켰다. 그 결과 대만의 수출 증가율은 올해 1분기 19%에서 2분기에는 35%로 급등했다.
민간 투자도 상당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8.2% 상승했다. 특히 기계 및 장비 분야에 대한 투자는 4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며, 향후 경제 활성화를 위한 힘을 보태고 있다.
ADB는 대만과 한국을 비교하며 대만의 제조업이 AI와 고성능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 급증으로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한국의 산업 생산은 미국의 자동차 및 철강에 대한 관세 확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중 수출제한 조치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분야의 투자 양상에서도 대만이 한국을 앞지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도체 장비 투자는 선행지표로 기능하는데,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한국의 반도체 장비 구매는 136억 달러로, 대만의 158억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구매 규모가 대만보다 35억 달러 많았지만, AI 반도체의 좋은 흐름에 발맞추어 한국도 투자를 늘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만의 공격적인 행보에 뒤쳐지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TSMC는 두 나노미터 최신 공정을 위한 큰 투자를 진행하며 궁극적으로 대만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대만이 한국을 포함한 경쟁국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