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대만에 반도체 절반을 미국에서 생산할 것을 요구했으나, 대만은 이 제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러트닉 장관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대만과 미국 간의 반도체 제조를 50대50으로 나누자는 구상을 제안하며, 이는 미국 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현재 미국의 반도체 생산 비중을 현 정부 임기 말까지 40%로 올리기 위해 50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의 정치적 우려는 이 제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제조업체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첨단 공정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이러한 TSMC의 위치는 대만의 안보와도 직결되며, 중국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하는 ‘실리콘 방패’로 여겨진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은 “대만과 미국의 반도체 생산이 균형을 이루어야 대만이 더욱 안전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현재의 상황을 평가절하했다.
대만 정부는 이 제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반도체 생산의 비율을 5대5로 나누는 것에 대한 승낙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리쥔 대만 부총리는 협상 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의 제안이 논의된 적이 없으며 그런 조건에 동의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협상이 주로 상호관세 인하에 대한 내용을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의 입법위원 쉬위전은 이 제안을 비판하며, “미국은 TSMC에 최첨단 생산 능력을 나누도록 강제한다면, 실리콘 방패가 약화되고 대만의 안보 협상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제안이 단순한 무역 협정이 아니라 대만을 착취하는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대만 정부의 반응과 이에 대한 의회의 비판은 미국의 요구가 대만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과 미국과 대만 간의 경제적 관계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전성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의 안전성 확보와 기술 유지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