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고급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가 최근 파리 패션위크에서 투명한 레진 소재의 여성용 팔찌 ‘개퍼 뱅글(Gaffer Bangle)’을 출시하며 가격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이 팔찌는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서 162만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디자인이 일반적인 박스테이프와 유사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박스테이프 팔찌’로 불리고 있다.
이 팔찌는 투명 레진으로 제작되었으며, 내부와 외부에는 ‘Balenciaga Adhesive(발렌시아가 어드허시브)’라는 문구가 프린트되어 있다. 발렌시아가는 이 제품이 국제 규정을 준수하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하며, 사용 시 형태 변형이나 자국이 생길 수 있으나 이는 결함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리 방법으로는 부드러운 천으로 닦고, 세척 시 강한 화학약품 사용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 이를 통해 직사광선이나 열원에 장기간 노출하지 말고 단단한 표면에의 충격 또한 피하라는 권장사항이 따라왔다.
이와 같은 독특한 디자인은 발렌시아가의 지난 작품들과 닮은 점이 많다. 과거에도 발렌시아가는 비닐봉투 모양의 남성용 토트백이나 감자칩 봉투 모양의 지갑을 출시하여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2022년에는 쓰레기봉투에서 영감을 얻은 ‘트래시 파우치(Trash Pouch)’를 1790달러(약 233만원)에 선보였고, 지난해에는 감자칩 봉투 스탈의 지갑을 1750달러(약 236만원)에 판매하며 다시 한번 세간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올해는 커피컵을 본뜬 클러치백 ‘9 AM 클러치’를 미국에서 5750달러, 한국에서 807만원에 출시해 큰 화제가 되었으며, 이어서 종량제 봉투 디자인의 남성용 가방을 147만원에 내놓은 바 있다.
이러한 고가의 제품들은 명품 시장에서의 통념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시도로 여겨지며, 소비자들 사이에 가격 거품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다이소에서 10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이 어떻게 162만원에 판매될 수 있는가?”라며 발렌시아가의 가격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고 잇지만, 실 구매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따라서 발렌시아가는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매력적인 가격대와 소비자의 가치 인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이번 논란을 통해 발렌시아가는 고급 패션 산업에서의 위치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을지, 소비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