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지만,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로 현장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업계의 주요 기업인 한화 필리조선소는 메이슨 내비게이션 컴퍼니가 발주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컨테이너선 3척의 건조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에 따른 첫 상선 건조로,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조선업계가 AI 기반의 안전 기술을 적용하려고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은 안전 이슈보다 감시에 대한 우려를 거론하며 반대하고 있다. AI CCTV가 수집할 수 있는 민감한 데이터—노동자의 얼굴, 행동 패턴 등이—근로자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는 장광필 HD한국조선해양 부사장 및 송영창 한화오션 부사장이 지난 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의 AI 선박 간담회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게 만들었다.
장 부사장은 “AI 영상정보 장치를 크레인에 설치해 충돌 및 끼임 사고를 예방하고자 했으나, 현행 노동조합의 반대에 따라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기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과 작업자의 동선을 실시간 분석하는 기술도 마찬가지로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현재 법적으로 개인정보 관련하여 기업이 단독으로 AI CCTV를 설치하기 어려운 부분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개인정보 기반의 인증 제도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가 마련된다면 조건을 충족하는 AI 안전 장비에 공적 인증을 부여하고, 그 범위 내에서만 데이터 활용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구 부총리는 “이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도 관심을 두고 있으며, 즉각적인 해결은 어렵지만 기업 측에서 노조를 설득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기업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영업이익의 최대 5%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이 같은 규제 강화는 조선업계뿐만 아니라 건설업계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안전 실적이 공공조달 입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AI CCTV와 같은 산업재해 예방 기술이 현장에 정착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기술이 산업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안전과 감시 사이의 인식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은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잠재력이 있지만, 근로자가 ‘빅브라더의 감시’로 느낀다면 기술은 결코 현장에 자리 잡을 수 없다”면서 “정부, 기업, 노조가 제도적 가이드라인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