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가 밥 로스의 대표작들이 경매에 부쳐지게 된다. 이는 최근 심각한 재정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미국 공영방송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경매사 본햄스(Bonhams)는 로스의 회화 작품 30점을 여러 차례에 걸쳐 경매할 예정이다. 첫 번째 경매는 오는 11월 11일에 진행되며, ‘Cliffside’와 ‘Winter’s Peace’ 등 유명한 작품들이 포함된다. 본햄스는 이 작품들의 총 낙찰가를 85만에서 140만 달러, 즉 약 12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밥 로스는 1983년에 시작하여 1994년까지 PBS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The Joy of Painting)’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았다. 그의 유쾌한 방송 스타일과 “참 쉽죠?”라는 유명한 유행어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EBS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그가 1994년에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예술은 TV 프로그램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조앤 코왈스키 대표는 “밥 로스는 모든 사람이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도운 인물”이라며 “이번 경매는 그의 유산을 계승하고, 공공 예술을 지키기 위한 의미를 가진 행사”라고 강조했다. 이번 경매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영방송 예산 삭감 조치 이후 시작된 공영방송 지원 캠페인의 일환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공영 방송인 NPR과 PBS의 편향성을 문제 삼아 정부 지원 중단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 인해 공영방송국들은 프로그램 축소와 직원 감원, 긴급 모금 등의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더욱이, 최근 미국 공영방송공사(CPB)가 운영 중단을 발표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CPB는 지난달 회계연도가 종료됨에 따라 대부분의 업무를 종료했고, 소규모 인수팀이 남은 업무를 내년 1월까지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공 미디어의 필수 권리인 음악 저작권 확보 등의 일도 남아있다.
CPB는 연방 자금 지원 유지를 위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의회에 청원했으나, 결국 지속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이는 미 의회가 국제원조 및 공영방송 예산 90억 달러, 즉 약 12조 5000억 원을 삭감하면서 CPB의 2년치 예산인 11억 달러, 즉 약 1조 5000억 원이 사라진 결과다.
NPR 측은 “CPB의 폐쇄는 모든 공공 미디어 기관과 지역사회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밥 로스의 그림 경매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공영방송을 지원하고, 그의 예술 유산을 기억하기 위한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