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개월여 만에 최고치로 상승하며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의 급락이 우려되고 있다. 10일 서울 중구 명동의 환전소에서 나타난 정보에 따르면,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1421.0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고, 이는 지난 2일의 1400.0원에서 무려 21원이나 하락한 수치이다. 원화는 장중 1423.0원으로 출발했지만,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심리적인 저항선인 1400원을 하회하며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원화의 급락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예견된 바 있다. 연휴 동안 역외 시장에서 원화가 유로와 엔화와 함께 하락세를 보였고, 이는 달러의 강세를 부추겼다. 특히,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일본의 아베노믹스 정책으로 촉발된 엔화 약세가 원화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외부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원화는 더욱 취약한 상태가 되어가고 있다.
더욱이, 한미 간의 관세 협상 불확실성도 원화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에 대해 요구하고 있는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압박은 원화가의 하락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직접적인 투자는 불가능하다고 밝히며 통화 스와프 체결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실질적인 합의에 도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는 당분간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문정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른 통화가 강세를 보여야 달러가 약해질 수 있지만, 유럽의 정치적 불안과 일본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다른 통화들도 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의 상황이 쉽게 호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은행은 최근 외환보유액의 지속적인 증가세를 발표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은 4220억2000만 달러로, 이전보다 57억3000만 달러 증가하였고 이는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외환보유액도 미국이 요구하는 대미 투자에 비해 부족하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라 적정 외환보유액은 5220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따르면 7053억 달러에 달해야 한다.
이러한 외략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시장 상황은 특히 원화의 지속적인 하락과 외환 시장의 불확실성을 의미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대응 전략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