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은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증시에 상장된 광산주들이 이를 훨씬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완화 기조와 더불어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광산주가 글로벌 재무 시장에서 ‘핫 플레이어’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기준으로, 지난 6개월 동안 국제 금 가격은 27%, 은 가격은 6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초 이후로는 각각 63%와 80%의 가파른 상승률을 보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광산주의 상승률은 금과 은의 실물 가격 상승 폭을 훨씬 초과했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은광주인 퍼스트마제스틱실버는 6개월 수익률이 135%, 연초 이후 179%에 달하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또한 헤클라마이닝은 6개월 동안 162%, 연초 이후에는 210% 상승했고, 팬아메리칸실버는 6개월 54%, 연초 이후 108%에 이르렀다. 세계 최대 금광업체인 뉴몬트도 6개월 수익률이 78%, 연초 이후에는 16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은 가격의 상승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매력 외에도 산업 소재로서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14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국제 은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53.6달러로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은 금보다 변동성이 크지만, 상승률은 더욱 압도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금과 은을 모두 포함한 포트폴리오에 대한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금광기업 중심의 반에크 골드 마이너스즈(GDX)는 최근 6개월 수익률이 62%, 은광 중심의 글로벌엑스실버마이너즈(SIL)는 90%를 넘기며 각각 금과 은의 가격 상승률을 능가했다. 한편, 한국 증시에서 상장된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은 6개월 수익률이 59%, 연초 이후에는 127%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 대해 ‘이중 모멘텀’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금과 은의 가격 상승을 도왔고, 이와 동시에 주식 시장의 긍정적인 투자 심리가 연계되어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특히 은의 경우 산업 재화에 대한 수요 확대와 공급 제약, 정제 비용 상승 등이 겹치면서 최근 상승세에 더욱 탄력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황병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FICC 리서치부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가 지속됨에 따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반 상승하는 ‘에브리싱 랠리’ 속에서 금 가격 상승세를 초과하는 광산주 랠리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은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50달러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섰기 때문에 단기적인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스톤엑스그룹의 시장조사 책임자는 “유동성이 높아질 경우 단기적인 급락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국내 금 가격이 국제 금 가격을 13.2%나 초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소비자 경고를 발령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 가격은 제한적인 수급과 정보 불완전성 등의 요인으로 인해 일시적인 괴리가 발생할 수 있지만, 결국 ‘일물일가의 법칙’에 의해 국내 가격은 국제 가격에 수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