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 브랜드 ‘망고’의 창립자 이삭 안딕(71)의 사망 사건이 10개월 만에 산악 사고에서 살인 사건으로 재조명되었다. 이삭 안딕은 지난해 1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의 몬세라트 산맥에서 장남 조나단(44)과 함께 하이킹을 하던 중 300피트(약 91m) 절벽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에는 사고사로 보고되었으나, 최근 조사에서 여러 정황이 새로운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수사 초기, 이삭의 죽음은 사고사(실족사)로 간주되었고, 회사 측은 이를 “갑작스러운 산악사고”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장기간의 조사 끝에 담당 판사는 조나단을 사건의 목격자에서 용의자로 변경했다. 이는 조나단이 사건 현장에 유일하게 있었던 인물이며, 그의 진술이 여러 차례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주요 사실은 조나단이 경찰에 진술한 특정 장소에 차량을 두었다고 말했으나 실제 차량은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조나단은 현장 사진을 찍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사진을 촬영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일관되지 않은 진술은 수사관들에게 큰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이삭의 연인이었던 프로 골퍼 에스테파니아 크누트(52)가 수사 기관에 제출한 증언도 주목받고 있다. 크누트는 이삭과 조나단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이는 사건의 배경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당국은 사고가 발생한 경로가 비교적 쉬운 코스라는 점에서 이 사건이 단순한 자살이나 사고로 단정짓기 어려움을 강조하고 있다.
안딕 가족은 여전히 조나단의 무죄를 주장하며, 조사가 가능하면 빨리 마무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조나단은 살인 혐의가 확정된 것이 아니므로 체포되지 않았고, 수사 기관은 그의 휴대전화 기록과 현장 감식 결과 등을 더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삭 안딕은 1953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태어나 13세 때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그는 1984년 망고의 첫 매장을 열었고, 사망 당시 순자산은 45억 달러(약 6조5000억 원)에 달했다. 망고는 현재 120개 이상 국가에서 영업 중이며, 지난해 매출은 38억 달러(약 5조4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가족 비극을 넘어서, 거대한 비즈니스 제국과 관련된 복잡한 정황이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