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의 AI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996’ 근무 문화가 퍼지고 있다. 이 관행은 오전 9시에 출근해 밤 9시에 퇴근하며, 주 6일간 근무하는 극한의 근무 형태를 의미한다. 이 문화는 중국의 IT 산업에서 시작되어 2010년대 후반에는 일반화되었고,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이를 ‘축복’이라고 옹호하였으나, 중국 내에서는 불법 노동으로 규정되어 법적으로 금지되었다. 그런 문화가 복지와 자유로움이 상징인 실리콘밸리에서 재현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보도에서, 실리콘밸리의 xAI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극한의 근무 문화에 빠져들며 경쟁에 몰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실리콘밸리와 뉴욕의 AI 스타트업들이 ‘996’을 미덕으로 여기며 극단적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는 이러한 근무 문화의 전형으로 언급된다.
실제로, 핀테크 스타트업 램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AI 기업의 주말 근무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AI 산업의 경쟁 심화가 장시간 근무를 정당화하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마티 카우사스 파일런 CEO는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위대한 회사를 만들 수 없다”며 장시간 근무를 당연시하고 있으며, 이는 직원들에게도 ‘996’ 근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미중 간의 AI 패권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테크 기업 경영자들은 “중국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 속에서 ‘996’을 경쟁의 상징으로 삼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중국의 근무 문화가 ‘996’이며, 경쟁 상대가 강력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워라밸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성공 보상형 근로 구조는 근로 강도를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AI 기술을 활용하여 소수 인원으로 빠른 성장을 도모하는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1인당 업무 강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많은 자금이 AI 개발에 투입되고, 성공적일 경우 큰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이러한 근무 문화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극한의 근무 환경은 결국 번아웃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멘로 벤처스의 디디 다스 투자자는 “장시간 근무는 생산성을 저하시킨다”며 이러한 문화를 기피하는 고경력 인재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숙한 창업자라면 40~50시간 근무로도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젊은 창업자들이 이러한 문화 미화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실리콘밸리의 ‘996’ 근무 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단순한 근무 형태의 변화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친 경쟁심화와 보상 구조와의 깊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