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산업이 17년의 역사를 거쳐 2025년에 처음으로 4조 달러의 총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주요 벤처캐피탈 a16z가 10월 22일 발표한 보고서 ‘State of Crypto 2025’에 따르면, 올해 암호화폐는 단순한 디지털 자산 투자의 범주를 넘어서 실물 경제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보고서는 올해를 “암호화폐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기로 접어든 시점”으로 정의하고, 이 같은 전환이 사용자 수, 제도적 변화, 그리고 기술적 인프라에서 나타나는 근본적 변화들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 암호화폐 보유자는 7억 1,60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약 4천만에서 7천만 명은 월간 온체인 거래를 활발히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16% 증가한 수치로, 암호화폐 사용자 기반의 확장을 보여준다.
특히, 사용자들이 주로 몰리는 지역도 변화하고 있다. 인도,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와 같은 신흥국에서는 모바일 지갑 사용이 증가하여 실사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에서 모바일 지갑의 사용량은 지난 3년 동안 16배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과 호주 등의 선진국에서는 여전히 투기적 투자 성향이 강한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전통 금융권의 진입도 두드러진다. 비자, 마스터카드, JP모건과 같은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암호화폐 상품을 직접 제공하거나 관련 기술 인프라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페이팔, 스트라이프, 쇼피파이 등 핀테크 기업들이 결제 및 거래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도입함으로써 더욱 촉진되고 있다.
2025년에는 약 1,750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기반 상장지수 상품(ETP)이 거래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169% 증가한 수치다. 블랙록의 비트코인 ETP ‘IBIT’는 역대 최대의 거래량을 기록했으며, 새롭게 출시된 이더리움 기반 상품들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또한 암호화폐 산업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큰 지표 중 하나로, 2025년 전체 거래량은 조정 기준으로 9조 달러에 달하며, 이는 페이팔의 거래량 5배에 해당한다.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은 3,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이 가운데 87%가 USDC와 테더(Tether)로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1% 이상의 달러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존재하며, 이는 미국 국채의 새로운 수요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내 제도 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GENIUS법’과 ‘CLARITY법’의 통과로 규제의 명확성이 확보되었고,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 14178호는 반암호화폐 기조를 철회하며 연방 기관 간의 협력을 촉구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암호화폐 개발자 커뮤니티는 안정성을 되찾고 있으며, 기업들은 점차 제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술 인프라와 AI의 결합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거래 처리 속도는 초당 3,400건에 달해, 이전 5년 대비 100배 이상의 증가를 보여준다. AI와의 결합을 통해 자율적인 결제 및 서비스 구매 환경이 구축되고 있어, 이는 향후 암호화폐의 활용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우리는 전통 금융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글로벌 결제망을 재구축할 수 있는 문턱에 서 있다”고 강조하며, 규제의 명확성만 여전히 남아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