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말까지 시행할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사실상 철회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는 오랜 기간 연기와 유예를 거치며 결국 정책의 혼선을 초래하고, 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24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와 같은 보증금제 개선방향을 발표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란, 컵을 사용 시 300원의 보증금을 납부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시스템이다. 김 장관은 “전국적으로 무조건 시행하기보다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언급하며, 최종 방안은 국회와 협의 후 확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관련 방안이 확정되면, 각 지자체는 자율적으로 보증금제 실시 대상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각 지역의 여건에 따라 전면 또는 부분 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현재의 300원 보증금 금액 역시 각 지자체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대형시설을 중심으로 보증금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특히 야구장과 놀이공원과 같은 회수가 용이한 장소에서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 역시 보증금제를 자발적으로 시행하도록 촉진할 계획이며, 매장 수가 많은 사업자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여 대도시권에서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프랜차이즈와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여 협력을 장려할 방침이다.
이 보증금제는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자원재활용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되었고, 애초에는 2022년 6월까지 전국 시행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소상공인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6개월 유예되었다. 이후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범적으로 도입된 바 있으며, 이제는 2025년까지 지역별 시행 여부를 결정하도록 변경됐다. 이에 야당 측에서는 “보증금제를 자치단체에 맡기겠다는 건 사실상 폐지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구장에서 이미 다회용기 지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은 모순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환경 보호 차원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지만, 정책 수행의 일관성 및 소상공인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비판의 불씨를 남겼다. 결국,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지자체의 자율 선택 사항이 되면서, 전국에 걸친 의무화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