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를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동북아시아 경제 협력 복원을 모색하고 있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최근 APEC 회의에서 김정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한중일 FTA 협상의 조속한 회복을 추진하자”고 제안하며 협상 일정을 서두를 것을 강조했다.
왕 부장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틀 내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다자간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한국은 중국과 함께 한중 FTA 2단계 협상의 진전을 빠르게 이뤄내고, 지역 및 다자 협력을 지속적으로 심화할 것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이와 함께 양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새만금 및 옌타이 산업협력단지를 중심으로 상호 투자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10년 넘게 정체된 한중일 FTA 논의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보호무역 세력과 한·미·일 협력 구도의 영향을 고려하여 3국 간 통상 환경을 개선하려고 하는 배경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중일 FTA가 실제 경제에 미칠 효과에 대해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RCEP의 회원국인 세 나라가 FTA를 추가로 체결함으로써 실질적인 이익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자국 내 생산을 통해 과거 한·일이 수출하던 품목을 자체 공급하게 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대중 무역 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알리샤 가르시아-헤레로 나틱시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무역 구조에서는 한중일 FTA가 한·일 양국에 유리하지 않을 수 있으며, 이익보다 손실이 클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롄더구이 상하이외국어대학 교수는 “일본이 협력에 완전히 소극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세 나라가 공동의 경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망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단순한 FTA 논의에 그치지 않고, 공급망 협력 및 무역구제 협의 같은 다양한 경제적 채널 복원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 한중 장관 회담에서 양국은 공급망 ‘핫라인’을 운영하여 무역 제한 조치 전에 사전 협의를 강화하고, 희토류 등 전략 자원의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을 위해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왕원타오는 김 장관에게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통상 협력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했으며, 김 장관은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상황은 한중일 협력이 미국을 견제하고 동북아시아 경제의 상호 의존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