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새벽 3시 회의로 ‘워라밸’ 논란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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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하기 전, 새벽 3시부터 비서관들과 회의를 진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사회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리는 회의에서 질의 응답 내용과 대응 전략을 3시간 동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역대 총리들도 예산 심의를 위한 사전 준비를 해왔으나, 이처럼 이른 시간에 회의를 진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산위원회 회의에서는 총리의 근무 방식에 대한 우려가 직접적으로 제기됐다. 자민당의 사이토 겐 의원은 다카이치 총리가 아세안 정상회의와 미일·한일·중일 정상회담, APEC 정상회의 등 외교 일정으로 바쁜 가운데, 이렇게 새벽 시간에 회의를 연다는 것은 과로를 초래할 수 있으며 건강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결과를 위해서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며 “적당히 쉬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총리는 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일부는 총리의 건강을 우려하며 “그렇게 일하면 제대로 잠을 자고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질문했으며, “결정을 내리려면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이 정도의 열정이면 믿고 따라가고 싶다”, “리더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새벽 3시 회의는 비상식적이다”, “이런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주변 참모들의 워라밸도 깨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 논란은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자마자 “워라밸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더 많은 일을 하겠다”고 발언한 것과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발언은 노동단체와 과로사 유가족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그들은 정부가 추진해온 근로자 보호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 발언은 결의를 표현한 것이지 워라밸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논란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

또한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와 각료의 급여를 삭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지난 2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의원의 급여를 초과하지 않도록 법 개정을 예고했으며, 이로 인해 총리와 내각 각료의 급여가 약 1,000만 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일본 사회에서 ‘워라밸’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고 있으며, 정부의 고위직들이 사내 문화와 업무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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