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험업계에서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 간의 극명한 양극화가 발생했다. 대형 보험사의 주가는 연초 대비 30% 이상 상승한 반면, 중소형 보험사는 상승률이 10%를 하회하며 심지어 일부는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는 국제회계기준 IFRS17의 도입과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지적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1월 2일부터 10월 25일까지 대형 보험사인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의 주가는 각각 49.12%, 37.12%, 39.22% 상승했다. 반면 현대해상,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의 주가는 각각 -0.82%, 4.90%, 8.96%로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이로 인해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의 시가총액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형 보험사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의 도입으로 인한 배당 여력 감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고객이 보험계약을 해지할 때 돌려줘야 하는 금액을 미리 적립해 놓는 것으로, 이는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수 없다. IFRS17의 도입은 보험사의 부채를 실적 기준이 아닌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게 만들어,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게 만들었다. 이는 더 보수적인 자산 관리를 요구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NH투자증권의 정준섭 연구원은 “IFRS17의 전환 이후 신규 계약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함께 증가하면서 배당 가능 이익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더 많은 자본 건전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계에 부딪힌 중소형 보험사들은 배당 여력이 떨어져 주주환원에 제약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자본 건전성이 충분한 보험사를 위해 이달 초 대책을 발표했으나,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K-ICS 지표가 200% 이상인 보험사에 대해서만 해약환급금 준비금에 대한 기준 완화가 허용되었지만, 현재 이를 충족하는 보험사는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두 곳에 불과하다.
10월 2일부터 25일 사이 보험주의 상승률을 보면, 삼성생명(9.12%), 삼성화재(3.48%), DB손해보험(1.16%) 같은 대형주는 모두 긍정적인 성과를 보인 반면, 현대해상(-8.03%), 한화생명(0.70%), 미래에셋생명(-0.19%)은 여전히 부진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투자자들은 배당 가능 이익이 부족한 중소형 보험사에 대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지는 상황을 고찰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하위 보험사는 2025년 주가순자산비율이 0.2~0.3배로 상위 보험사의 0.5~0.8배에 비해 저평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투자 매력이 감소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