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시장에서는 ‘감정 소비'(Emotional Spending)라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은 고급 명품 브랜드보다 소소한 만족과 정서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빠르게 새로운 감성형 브랜드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한의 한 쇼핑센터 1층 명품 매장 자리에 피규어 브랜드인 ‘팝마트'(Pop Mart)의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 이 매장은 잘 알려진 ‘라부부'(Labubu) 피규어로 유명하며, 같은 층에는 티파니앤코와 프라다 같은 고급 주얼리 브랜드들이 나란히 입점하게 된다. 이는 과거에는 1층이 오직 명품 브랜드만 차지했으나, 피규어 브랜드가 들어서는 것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피규어 브랜드인 젤리캣과 톱토이 역시 중국의 주요 상권에서 그 존재감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JLL 차이나의 리서치 책임자 잭키 주는 “소비자들은 이제 기능적인 만족이 아닌 감정적 만족을 추구하고 있으며, 감정적 만족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상품이 트렌디한 수집용 피규어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밀크티, 향수, 등산용품, 클라이밍장, 실내 인테리어 등을 통해 나타나는 감정 소비 트렌드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중국은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높은 고용 불안 또한 계속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9월 소매 판매 증가율은 3%로, 팬데믹 이전의 10%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중국의 명품 시장이 2021년에는 4710억 위안(약 96조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지난해에는 20% 감소한 3800억 위안(77조6600억원)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반면, 감정적 가치를 중시하는 브랜드들은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팝마트는 올해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45% 증가했으며, 음료업체 믹스웨(Mixue)도 같은 기간 39% 성장하였다. 이러한 소비 변화를 감안할 때, 대형 쇼핑몰 또한 큰 변화를 겪고 있으며 특히 임대료 부담이 큰 의류 매장들이 큰 압박을 받고 있다. JLL에 따르면, 올해 중국 내 쇼핑몰의 평균 공실률은 2019년 8% 미만에서 10.5%로 증가했다.
KPMG 차이나의 앤슨 베일리는 “중국의 신규 상업시설 개발 속도가 2021년 대비 25% 수준으로 둔화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쇼핑몰들은 의류 매장을 줄이고 피규어, 아웃도어, 골드 주얼리, 전기차 등 감정 소비를 자극하는 브랜드들을 추가하고 있다. 자연광 유입을 확대하고 실내 녹지를 확충하는 등 새로운 공간 디자인도 감정적 만족에 초점을 맞춰 재편되고 있다.
항룽 프로퍼티는 2025년 상반기 중국 내 상업자산 임대수익이 전년 대비 2%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이 여전히 높은 자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비 패턴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금전적 가치뿐 아니라 정서적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소비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찬 회장은 팝마트, 믹스웨, 라우푸골드(Laopu Gold)를 새로운 소비 흐름을 대표하는 3대 브랜드로 언급하며, 이러한 브랜드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자들이 감정적 만족을 위해 새로운 브랜드를 찾고 있는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