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한국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세계 1위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이어 2위 바이비트까지 한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OKX와 같은 여러 해외 거래소들이 국내 중소형 거래소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리테일 투자 잠재력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게 평가받고 있어, 해외 거래소들은 시장 확장과 규제의 공백을 겨냥하고 있다.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량은 한때 전 세계 2위에 해당하며, 최근에도 하루 거래 대금이 40조 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금융사들은 2017년부터 시행된 금가분리 원칙과 관련된 규제에 발목이 잡혀 시장 진출이 극히 제한적이다. 특히 전통적인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이다.
글로벌 거래소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결정적 계기는 금융당국이 바이낸스의 고팍스 인수를 승인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해외 거래소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원화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다. 원화 계좌를 가진 거래소들은 상대적으로 몸값이 낮아 해외 거래소들의 인수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금융사들은 이러한 사업 기회를 놓치고 있다. 한국의 금융사들은 가상자산 시장 진출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상태이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사실상 ‘구경꾼’에 머물고 있다. 전통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기회를 놓친 이면에는 ‘역차별’ 구조가 존재한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공룡들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 빠르게 행동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자금 관리와 준법 감독 능력이 뛰어난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더라면 해킹이나 자금 유용 문제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금융사들은 직접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기보다는 해외 거래소 인수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업계의 진출을 허용하고, 동시에 국내 거래소의 해외 진출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단계 입법이 지연되면서, 기업 환경이 불확실해진 현재,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의 생태계는 지속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며, 더 나은 규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 해외 공룡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국내 금융사들은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