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중도우파와 극우 세력 연합으로 기업 규제 완화 법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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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가 중도우파와 극우 세력의 협력으로 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13일(현지시간) 열린 표결에서 이 법안은 찬성 382표, 반대 249표, 기권 13표로 가결됐다. 이를 발의한 유럽국민당(EPP)은 극우 정당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PfE)’와 ‘유럽보수와개혁(ECR)’의 지원을 끌어내며, 전통적 지지 세력인 중도파와 좌파의 반대를 극복했다.

이번 법안 통과는 유럽연합(EU)의 기존 지속가능성 규제를 대폭 수정하는 내용으로, 지난해 제정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및 공급망 실사지침(CSDDD)을 힘을 빼는 방향으로 개정했다. 이들 지침은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노동 및 환경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인권 및 환경 문제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회원국들은 이러한 규제가 유럽 기업들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며 완화를 요구해왔다.

법안에 따르면, 지속가능성 보고 의무가 적용되는 기업의 기준이 직원 수 1000명 이상에서 5000명 이상으로 늘어나고, 매출 기준도 4억5000만 유로에서 15억 유로로 상향 조정됐다. 결과적으로 적용 대상 기업은 대폭 줄어들고, 기업들이 고민해왔던 ‘녹색 전환 계획’ 의무 제출 조항은 삭제되었다. 이는 EU에서 환경 및 인권 중심의 규제에서 경쟁력 우선의 방향으로의 중대한 변화를 나타낸다.

HEC 파리 경영대학의 알베르토 알레만노 교수는 “이번 결정은 향후 4년간 유럽의회가 규제 완화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EPP와 극우 세력 간의 협력으로 주요 입법이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는 기존의 친환경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는 변화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유럽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소피 윌메스 전 벨기에 총리는 EPP가 극우 세력과의 연대로 정당성을 부여한 점을 비판하며, EPP가 도덕적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만프레트 베버 EPP 대표는 “우리는 유럽 기업에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약속했고, 오늘 그 약속을 이행했다”고 주장했다.

극우 정당 PfE는 “우리는 연정의 오랜 교착 상태를 타결했으며, 그린딜(Green Deal)의 족쇄를 벗어나 경쟁력 중심의 새로운 의제를 열었다”라고 강조하며, 이번 법안 통과를 노동자, 농민 및 산업계를 위한 승리로 자축했다.

이번 법안 통과는 유럽에서의 환경 및 인권 보호의 수준을 우려하게 만드는 전환점을 나타내며,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유럽 기업들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알리는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의 EU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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