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사업 재편을 재추진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두산로보틱스의 주식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 올 초 두산로보틱스를 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에는 두산 밥캣과의 합병 비율 조정을 통해 금융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돌아섰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21일부터 25일까지의 5 거래일 동안 두산로보틱스 주식 6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두산로보틱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지난 21일에 발생한 현상으로, 같은 날 개인 투자자들은 두산로보틱스의 고공행진에 동참하여 289만5675주를 거래하며 약 18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배구조 개편안이 최초로 언급되었던 7월 12일부터 5거래일 간의 시점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205억 원을 매도하는 등 반대 매매세를 나타냈다. 당시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 방향이었다.
이후, 두 회사의 합병 계획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7월 22일부터 2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140억 원어치를 추가로 매도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외국인들이 사업 재편 초기에는 팔아치우다가도 소형 모듈 원전(SMR) 기대감으로 인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선 양상을 보였다. 7월 12일부터 18일 사이에 외국인들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에서 무려 652억 원어치를 순매도하였으나, 이후 7월 22일부터 5 거래일 동안에는 284억 원어치의 매수세를 나타냈다. 최근 5 거래일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379억 원어치를 구매히며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비즈니스 재편안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함으로써 합병 절차가 성공적으로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합병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외국인들은 두산 밥캣 지분의 46%를 보유하게 되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증권의 이상수 연구원은 “처음에는 두산의 합병 계획이 합리적인 논리를 제시하지 못해 시장의 불신이 있었으나, 주주들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개선이 이루어지면서 증권신고서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별개로, 시장에서는 두산의 분할합병안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에 합병 포기를 촉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금융감독원은 가치 평가 시 현금 흐름 할인법이나 배당 할인법을 활용하라고 권장했으나, 두산은 비합리적인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방법을 사용했다”며 “이사회에서 합병 비율을 정할 때 이러한 방법들을 실제로 반영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만약 이번 합병 절차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주주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이사회 결의 사실이 공시된 이후,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수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두산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