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환율 1500원 방어도 어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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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화의 실질 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원화의 구매력도 더욱 침체될 전망이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3년 10월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 지수는 89.09(2020=100)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달보다 1.44포인트(p) 하락한 수치로, 2009년 8월(88.88) 이후 16년 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최근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과 비교해도 더 낮은 수치다. 실질실효환율은 특정 국가의 통화가 교역국 통화 대비 실질 구매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100 미만은 통화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임을 의미한다. 이 결과는 원화의 실질 구매력이 중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에서 일본(70.41)과 중국(87.9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10월 동안 하락폭도 뉴질랜드(-1.54p) 다음으로 두 번째로 컸다. 이달 들어서도 원화의 약세가 두드러지는데, 1일부터 22일 사이 원화는 2.62% 하락했다. 이러한 하락폭은 주요 통화인 엔화(-1.56%), 호주달러(-1.31%), 캐나다달러(-0.65%)보다도 두드러진 것이다.

박지훈 하나은행 자금시장본부 팀장은 원화 약세의 원인을 위험 회피 심리와 미국 주식 매수 증가로 분석했다. 그는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는 것도 실질실효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1일에는 환율이 장중 1476.0원까지 급등하며 올해 4월 초(1487.6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박형준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Fed)이 예상보다 더 매파적인 통화를 발표할 경우, 달러 강세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일본의 재정 정책으로 인한 엔화 약세도 환율의 상단을 자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1500원대 방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입만으로는 환율 흐름을 되돌리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NH선물 리서치센터는 내년 원·달러 환율 전망을 상단 1540원, 하단 1410원으로 제시하며 1400원대가 새로운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원화의 실질 가치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에 머물며 국제 환율 시장에서의 원화 저가 경향이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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