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트럼프 행정부에 USMCA 유지 요청…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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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공동 검토가 내년으로 예정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협정의 연장이나 개정 가능성을 보이면서 한국 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USMCA는 한국 기업들에게 ‘무관세 패스’ 역할을 해왔고, 협정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이들 기업의 공급망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다음 달 3일부터 5일까지 개최될 공청회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USMCA의 공동 검토를 위한 이해 관계자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마감일인 지난 3일까지 총 1515건의 의견이 접수되었으며, 이 중 멕시코·캐나다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주요 한국 기업들이 직접 의견서를 제출하여 협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USMCA가 한국 기업에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북미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부품과 소재를 조달하면, 완제품을 무관세로 미국 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은 이 제도를 통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생산된 제품을 미국에 공급하며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다. 이러한 조세·무역 환경은 자동차, 가전, 배터리, 전자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의 북미 생산 확대에 기여해왔다.

삼성전자는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USMCA는 미국과 북미 지역에서 삼성의 투자와 통합 공급망 구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라고 밝혔다. 삼성은 USMCA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에 대한 무관세 원칙을 미국 정부가 재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232조에 기반한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생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LG전자 또한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이 USMCA 기준을 충족하므로, 미국이 적용하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있어 USMCA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미 복잡한 배터리 원산지 규정의 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협정의 안정성이 대규모 투자의 필수 조건이라고 지적하며,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등 대미 투자 계획을 언급했다. 현대차는 “USMCA 연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적인 신규투자 결정에 실질적 장애가 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 외에도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USMCA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투자 및 고용, 공급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협정의 연장을 요청한 상태이다. 테슬라, 도요타, 포드, GM,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USTR에 USMCA의 조기 연장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의 대미 무역흑자 및 미국 내 조달 비율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례 드러내며 USMCA 개정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최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USMCA를 재협상하거나 새로운 합의를 할 수 있다”라고 발언하며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만약 USMCA가 연장되지 않으면, 협정은 2036년에 자동 종료된다. 그렇게 되면 멕시코와 캐나다 생산품의 미국 수출에 상당한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자동차, 배터리, 가전 등의 핵심 분야에서 생산 전략이 흔들릴 수 있으며, 투자 타이밍 또한 지연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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