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올해 약 30조 원 규모의 세수 부족 문제에 직면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규모 공공기금의 활용을 결정했다. 이는 기업의 실적 저하에 따른 법인세의 높은 의존도로 인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실적 개선과 세수 구조의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8일 발표한 자료에서,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측치보다 29조6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며 외환평형기금과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통해 이 결손을 메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환평형기금에서는 최대 6조 원을 동원할 계획이다. 이 기금은 환율 안정을 위해 달러를 사고팔며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작년에도 비슷한 사유로 연간 20조 원의 기금을 사용했다.
정부는 또한 지방자치단체에 지원되는 교부세 가운데 약 9조7000억 원의 법정 감액 규모 중 6조5000억 원의 집행을 보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지방자치 단체의 재정 운용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교부세와 교육재정 교부금 감액 폭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택청약종합저축에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도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2조에서 3조 원 가량 동원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기금은 본래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마련된 자금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를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법인세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법인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한국의 현실이 간과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2년 한국의 법인세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5.4%였으며, 총조세 대비 비중은 16.8%로 OECD 국가 평균보다 높다. 이는 기업 실적 부진 시 국가 재정에 큰 타격을 입히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 불확실성이 클 때에 법인세 의존도가 높아지는 구조는 세수의 안정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고 기업의 투자 및 고용을 확대하여 실적 개선과 세수 안정 간의 긍정적인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재 정부의 대책은 세수 결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적인 조치에 불과할 수 있으며,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법인세 구조 개편과 기업 환경 개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