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Over The Top)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저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공식화된 지 거의 1년이 지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반대 세력이 등장하면서 합병 절차에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합병 과정에서 저항의 목소리를 내었던 몇몇 주체들이 드러났으며, 이로 인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세 개의 지상파 방송사인 KBS, MBC, SBS는 각 19.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사회 문제로 인한 복잡한 의결권 구조가 이들에게 합병에 대한 반대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티빙의 주주 중 하나인 중앙그룹의 콘텐츠 제작사 SSL중앙도 1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이번 합병에 대해 무리한 합병 비율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이 회사는 해당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합병 기한이 다가오면서, 넷플릭스는 이 과정에서 주요 이유로 지목되기도 했다. 지상파 콘텐츠를 확장하고 티빙에서 인재를 스카우트하는 등의 전략을 통해 합병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 여파로 웨이브와 티빙의 모회사인 SK스퀘어와 CJ ENM은 서로를 반대 세력으로 지목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8일 미디어·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가 티빙과의 합병에 대한 협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티빙의 주요 주주인 KT는 여전히 합병안에 찬성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KT는 지난해 티빙이 자사의 OTT 서비스인 시즌을 흡수하는 합병을 통해 스타트업의 지위를 가지게 된 후 13.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KT의 합병 반대 이유는 자사 IPTV 사업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OTT 플랫폼의 부상에 따라 전통 미디어인 IPTV 사업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 적잖은 이슈가 되고 있다. 실제로 KT의 IPTV 가입자 수는 올해 2분기 기준으로 942만3000명으로, 작년 대비 소폭 감소하며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CJ와 SK는 각각 영화관 CGV와 IPTV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OTT 산업의 성장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으나, KT만 유독 자기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고 언급했다.
KT가 합병안에 찬성하게 된다면, 양측 주주들은 즉시 본 계약을 체결할 것이며,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는 합병 법인이 출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Tving과 웨이브는 작년 각각 1천420억원, 7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합병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와 공중파 콘텐츠의 독점 제공으로 글로벌 OTT 플랫폼과의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 OTT 포럼 세미나에서 “현재 글로벌 시장에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없는 상황에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종속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한국에서 글로벌화에 기여할 수 있는 OTT 사업자가 탄생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