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회사 상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많은 대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는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과 상반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우량기업들이 잇달아 해외로 떠나는 현상은 자본시장의 활력을 저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자회사 상장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살진 암소라고 샀더니 송아지를 낳으면 주인이 남이 된다”는 발언을 통해 자회사 상장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이후 투자은행(IB) 업계와 기업 관계자들은 자회사를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정상적인 자회사 상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자회사 상장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 규정은 물적분할 후 5년 이내에 자회사가 상장하는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노력을 심사해 미흡할 경우”라는 조항은 혼선을 야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디스플레이 소재 제조사 엘티씨가 자회사 엘에스이 상장에 실패했다. 엘티씨는 상장 전 주식 현물 배당과 배당성향 확대 등의 주주환원책을 내놨지만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면 유사 시기에 코스닥 상장사인 케이피에프는 자회사 티엠씨의 상장을 승인받았다. 엘에스이(모회사 지분율 47%)는 티엠씨(모회사 지분율 68%)에 비해 낮은 지분율을 보이고 있지만, 모회사 연결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약속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회사 상장에 대한 중복 상축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하며, LS의 증손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중복 상징 비판과 KT 자회사 비씨카드가 주주인 케이뱅크의 기업공개에 대한 비판의 비대칭성을 언급했다.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모회사 주가 하락 개념도 다소 애매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HD현대는 지난해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이후 200%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보여줬고, LG는 LG CNS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에서 중복 상장 관련 지침이 정립되지 않은 사이 홍콩거래소는 자회사 상장 촉진에 주력하고 있다. 홍콩 증시에서는 스핀오프와 자회사 IPO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 금광기업 쯔진마이닝의 자회사 쯔진골드인터내셔널은 약 32억 달러의 공모로 성과를 거두었다. 인도네시아 자회사의 홍콩 증시 상장도 성공적인 자본 조달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단순한 중복 상장에 그치지 않고,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 권익이 침해되어 왔다는 점에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들이 향후에도 건강한 자본시장을 위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