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태아 성별 공개 시 의사 면허 박탈… 그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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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가 심각한 남아선호 문화와 그로 인한 출생 성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인 인구정책 개편에 돌입했다. 최근 발표된 정책에 따르면, 베트남은 2030년까지 출생 성비를 109명 미만으로, 2035년까지 107명 미만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출생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수를 기준으로 하여 전국 평균 111.4명에 도달하고 있으며, 특히 북부 지역에서 이 불균형이 두드러지고 있다.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는 현재 성비가 118.1명에 이르며, 일부 지역인 박닌성과 흥옌성은 120명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유엔 인구국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베트남은 성비 불균형이 있는 217개국 중 네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과거 남아선호 문제를 극복하고 2023년에는 105명으로 안정화된 것과 대조된다.

이러한 성비 불균형의 주요 원인은 깊게 뿌리내린 유교적 남아선호 문화로 분석된다. 비록 베트남의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지만, 가정 내에서는 여전히 ‘아들이 가계를 잇는다’는 전통적인 사고가 널리 퍼져 있다. 이로 인해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 사찰이 각지에서 성행하며, 일부는 남아를 점지해 주기 위해 비싼 제물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딸 낳기 장려’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부는 농촌 및 취약 계층 가정 중 두 딸을 낳은 가정에 대해 현금 또는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퐁과 허우장, 박리에우 등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정책을 시범적으로 도입하여 성과를 보고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는 태아 성별을 알려주는 의료행위에 대해 의사 면허를 박탈하도록 강력히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성별 선택 시술에 대한 행정처벌금 또한 기존 3000만동에서 최대 1억동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보건부의 한 관계자는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4년까지 15~49세 남성의 수가 여성보다 150만명 많아질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통계청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간 성비 불균형 문제가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조속한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베트남의 새로운 인구정책이 보다 안전하고 공정한 출생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정부는 범국가적으로 남아선호 문화를 극복하고 양성평등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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