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미국 국채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며 주요 국가들을 제치고 큰손으로 부각되고 있다. 비주얼 캐피털리스트가 발표한 ‘미국 부채의 주요 매수자’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지난 1년간 국가 단위의 매수자를 제치고 매입 규모 7위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테더(Tether) 및 서클(Circle)과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지난 1년 동안 약 41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를 순매수한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금융 강국들이나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여러 국가들의 매입 규모를 넘어서는 수치로, 같은 기간 동안 싱가포르(390억 달러)와 노르웨이(380억 달러)보다도 더 많은 국채를 사들인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를 대거 매수하는 이유는 해당 자산이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되기 위한 구조적 요구사항 때문이다. 테더(USDT)나 USDC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되는 코인 1개당 1달러의 가치를 보장하기 위해 100% 이상의 지급준비금을 확보해야 하며, 이에 따라 발행사들은 현금과 유사하고 이자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미국 단기 국채(T-bills)를 선호한다. 이 때문에 암호화폐 시장이 성장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미 재무부는 안정적인 구매자를 얻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 역시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미 국채의 주요 매수처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을 과감히 규제하기 힘든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향후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관 자금 유입이 가속화되어 매수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암호화폐가 대안 금융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의 실물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친(親)크립토 정책이 강화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미 국채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미 국채 보유량을 조정하는 가운데, ‘디지털 달러’ 진영이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국채 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 잡으면서, 암호화폐와 달러의 관계는 서로를 지탱하는 기묘한 공생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 및 유럽의 전통적인 금융센터들 사이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대두가 더욱 주목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