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내연기관차 판매 전면 금지 방침을 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Automotive News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한 내용에서 비롯된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오는 16일 관련 법 개정안을 제안할 계획이며, 이 안에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2035년 이후에도 2021년 기준 배출량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경이 이루어질 경우, 자동차 업체들은 제한된 수량의 내연기관차를 계속해서 시장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친환경 철강 사용과 같은 추가적인 조건이 붙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전기차의 주행거리 연장을 위한 소형 엔진을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으며, 이러한 내용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법안 개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EU 회원국과 유럽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 조치는 EU의 기후 대응법에서 상징적인 정책으로 여겨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EV)에 대한 수요 확산 속도가 느리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강력히 반발해왔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국 정부들은 이러한 규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2035년, 2040년, 2050년에도 여전히 많은 내연기관 차량이 존재할 것”이라며 규제 완화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이번 EU의 정책 변화는 영국 노동당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은 2035년부터 모든 신차 판매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집행위원회는 당초 내년으로 예정된 규정 검토 일정을 업계의 압박에 따라 앞당겼으며, 현재 논의 중인 사안마다 공식적인 설명은 피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규제 완화가 유럽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벨기에의 싱크탱크 브뤼겔의 시모네 탈랴피에트라는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에 있으므로, 이 같은 조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세계 기후 리더로서 유럽의 명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MW, 르노,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동화 전환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전기차의 낮은 수익성이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해왔다. 폭스바겐의 토마스 셰퍼 CEO는 “전기차가 산업의 미래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전환 과정에서 시장과 소비자 수요를 고려한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변화들은 EU의 기후 정책과 자동차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향후 유럽의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