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원화 가치 방어를 위한 대규모 환헤지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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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원화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환헤지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기금운용위원회에서는 해외 투자 자산에 대해 최대 10%의 전략적 환헤지를 시행할 수 있는 안건이 통과되었다. 또한,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간의 외환스왑 계약도 내년까지 연장되었다. 이러한 조치는 연말연시 원화 가치가 1480원 이하로 하락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정부의 총력전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가치는 20일 새벽 1478.0원으로 마감되었고, 이는 전달 주간 1476.30원보다 낮은 수치다. 특히, 원화 가치는 17일 장중 1482.1원까지 급락하며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의 경제통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의 달러당 원화 평균 가치는 1471.9원으로, 지난달의 1460.5원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월평균 원화 가치는 7월 이후 12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록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했음에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고환율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달 대비 2.6% 증가하며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인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와 외환스왑을 사용하여 원화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전략적 환헤지를 통해 시장에 달러 매도가 이루어지면, 이는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과의 외환스왑을 활용해 해외 투자에 나설 경우, 시장에서의 추가 달러 환전이 불필요해져 원화 하락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부분이 재개된 것이 사실이다. 향후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유연하게 시행하면서 스왑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환헤지 규모와 시기를 사전에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설명되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민연금이 환헤지 개시 및 중단 시점을 불투명하게 유지하여 예측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연금의 외환스왑 한도 사용 확대 전망은 한국은행이 최근 화폐기융시장에서 외화예금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기로 한 결정에 의해 더욱 확고해지고 있다. 외환스왑을 통해 국민연금이 한은에 원화를 맡기면 한은은 이에 상응하는 달러를 제공하게 되며, 이는 원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는 외환보유액의 감소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원화 가치를 안정시킬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개인 및 기업의 해외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연 200억 달러 한도 대미 투자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최근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해외 투자 마케팅을 중단하였지만, 미국 주식의 수익률이 국내보다 높은 상황에서는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 확대를 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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