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경제는 3분기 연율 4%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나, 그 성과가 대기업에만 집중되면서 소기업과의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발전과 이에 따른 이익 성장 덕분에 대기업은 실적 개선과 고용 확대를 지속하고 있지만, 소기업은 고물가와 관세의 압박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민간 노동시장 조사업체 ADP의 데이터를 인용하여, 직원 수 50명 미만의 소기업은 지난 6개월간 지속적으로 고용을 줄여왔으며, 특히 11월 한 달 동안 약 12만 개의 일자리가 소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직원 수 50명에서 499명인 중견기업에서는 약 5만1000명, 직원 수 500명 이상인 대기업에서는 3만9000명의 고용이 각각 증가하여 기업 규모에 따른 고용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분기 전기 대비 연율 4.3%에 달하는 등 전체적인 경제 실적은 긍정적인 상황이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그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S&P 500에 속한 대기업들의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했는데, 이는 아마존과 엔비디아와 같은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소기업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의 팝콘 브랜드 ‘얼모스트 페이머스 팝콘’의 시드니 리크호프 대표는 “이전에는 연말 성수기를 대비해 10~15명을 채용했지만, 올해는 4~5명에 그쳤다”며 소비자들이 지출을 더욱 신중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소기업의 경영 환경은 미처리된 외부 충격에 더욱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이익률과 현금 보유력이 낮기 때문에, 고용 비용 상승이나 관세 인상과 같은 외부 충격을 견디기가 더 어렵다. 또한, 최근의 정책 변화가 이러한 소기업의 입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하의 강화된 관세 정책은 소기업에게 더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 간의 양극화 현상은 소비자 계층 간의 분화와도 연결된다. 고소득층은 주식 시장의 상승으로 자산이 증가하면서 소비를 유지하거나 확대한 반면, 중·저소득층은 고물가로 인해 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전반적인 소비 지출이 줄어들고 있지만, 고가품 중심의 소매 지출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기업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이 대기업 근로자보다 낮은 점을 고려하면, 소기업의 부진은 저소득층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소기업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K자형 경제’ 현상이 기업 부문에서도 나타나며, 미국 경제의 양극화가 점점 더 고착화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결국 미국 경제는 높은 성장률과 소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계층과 기업 규모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경제 체질의 건강성을 쉽게 평가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경제에 대한 감각이 왜곡될 가능성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시점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