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는 오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하여 러시아 최대 증권거래소인 모스크바거래소와 상트페테르부르크거래소는 국가의 암호화폐 규제 법안이 2026년 중반까지 법제화되면 즉시 시장에 진입할 준비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암호화폐 규제 구상안 발표 이후 더욱 구체화되었다. 이 법안은 2026년 7월 1일까지 암호화폐 법률 체계를 완비할 것임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미 모스크바거래소와 상트페테르부르크거래소는 기술적인 솔루션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암호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왔으나, 2024년 중반부터는 면허를 보유한 거래소에서 ‘자격 있는 투자자’만이 암호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나톨리 악사코프 국가두마 금융시장위원회 위원장은 “주요 거래소들이 암호화폐 시장을 위한 적극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와 같은 규제안은 투자자의 수준에 따라 접근 권한을 차등화한다. ‘비자격 투자자’는 암호화폐에 대한 지식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며, 유동성 높은 암호화폐를 연간 30만 루블(약 548만 원)까지 한 개의 중개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자격 투자자’는 투자금 한도가 없지만 리스크 이해도 증명을 요구받고, 모바일 앱이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익명성을 가진 암호화폐 거래는 불가능하다.
또한, 러시아는 암호화폐를 통한 국내 결제를 금지시키고 있다. 악사코프 위원장은 “암호화폐는 우리나라에서 통화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법적으로 모든 결제는 루블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에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금지를 주장했던 러시아 중앙은행도 서방의 경제 제재 이후 입장을 조금씩 완화하고 있으며, 디지털 자산에 대한 경제적 접근이 조금씩 유연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암호화폐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의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내 암호화폐 거래 규모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3,763억 달러(약 54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영국의 2,732억 달러(약 394조 원)를 초과하는 수치로, 암호화폐 거래소 및 대형 거래의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루블 기반 스테이블코인 ‘A7A5’가 등장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다양성이 확대되었다. 서방의 제재 속에서도 이 스테이블코인은 5억 달러(약 721억 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비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러시아의 채굴 산업 역시 경제 전략의 일환으로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스버뱅크 등 러시아의 주요 은행들도 암호화폐와 관련된 금융 상품을 제공하기 시작하며 제도권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스버뱅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연계한 구조화 채권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서비스의 합법적 도입을 위해 중앙은행과 협의 중이다.
러시아의 암호화폐 규제 법안은 2026년 7월까지 완비될 예정이며, 불법 암호화폐 중개행위에 대한 처벌은 2027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는 러시아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서의 입지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